저도 처음 강아지를 입양했을 때는 동물병원에서 추천하는 사료라면 무조건 믿고 먹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 뒤 성분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순간, 제가 그동안 얼마나 무심했는지 깨달았습니다. 첫 번째 원료가 고기가 아니라 쌀이나 옥수수인 제품도 있었고, '육분'이라는 낯선 단어도 자주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사료 선택 기준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습니다.

성분표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사료를 고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바로 제1원료와 제2원료입니다. 강아지는 생리적으로 육식에 가까운 잡식동물이기 때문에, 단백질이 가장 중요한 영양소입니다. 여기서 조단백질(粗蛋白質, Crude Protein)이란 사료에 포함된 전체 단백질 함량을 의미하며, 실제로 강아지 몸에서 소화·흡수되는 단백질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건사료 기준으로 조단백질은 30% 내외, 조지방은 12% 이상이 적정 수준입니다. 미국 사료협회(AAFCO)는 퍼피 기준 조단백질 22.5%, 성견 기준 18%를 최소 권장량으로 제시하지만, 이는 하한선에 가깝습니다(출처: AAFCO). 실제로 프리미엄 사료들은 대부분 25~30% 이상의 단백질 비율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일부 사료는 제1원료가 쌀이나 옥수수입니다. 저도 예전에 먹이던 사료가 그랬는데, 당시에는 브랜드 인지도만 믿고 성분은 제대로 보지 않았습니다. 옥수수는 대량 재배되는 사료용 작물로, 유전자 변형(GMO) 품종이 많고 살충제 잔류 위험도 있습니다. 또한 저장 과정에서 아플라톡신(Aflatoxin)이라는 곰팡이 독소에 오염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아플라톡신은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발암물질로, 특히 옥수수와 같은 곡물에서 자주 검출됩니다.
2010년~2012년 사이 미국에서 리콜된 사료 중 상당수가 옥수수를 주원료로 사용했습니다. 탄수화물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비만, 인슐린 저항성, 당뇨, 지방간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 강아지도 한때 변이 무르고 피부를 자주 긁는 모습을 보였는데, 곡물 비중이 낮은 사료로 바꾸고 나서 증상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육분이 들어간 사료, 정말 괜찮을까요?
사료 등급을 나눌 때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단백질 원료의 품질입니다. 육분(肉粉, Meat Meal)이란 사람이 먹는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동물 조직을 고온에서 건조·분쇄한 단백질 원료를 말합니다. 렌더링(Rendering) 공장에서 제조되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어떤 동물의 어떤 부위가 섞이는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4D(Dead, Dying, Diseased, Disabled) 동물, 즉 죽었거나 병들거나 장애가 있는 동물의 사체가 렌더링 공장으로 유입되는 사례가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2019년 한국에서도 동물 보호소에서 안락사당한 강아지와 고양이 사체가 렌더링 업체로 넘어간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실제로 일부 육분에서 안락사 약물인 펜토바비탈(Pentobarbital)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국내에서 제조되는 사료 중 육분을 사용하는 제품은 가능한 한 피하려고 합니다. 법적으로는 부적합한 동물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원산지 증명이나 사용 동물 공개는 업체 재량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렌더링 공장의 위생 상태도 문제입니다. 야외에 방치된 사체를 세척하지 않은 기계로 처리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육분이 들어간 사료를 선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2022년 학술지 'Animal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신선한 닭고기로 만든 사료가 100% 닭 육분으로 만든 사료보다 가용성 단백질(bioavailable protein), 필수 아미노산(EAA), 불포화 지방산 비율, 소화율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수했습니다(출처: MDPI Animals). 성분표상 조단백질 수치가 같아도, 실제로 강아지 몸에서 쓰이는 단백질의 양과 질은 완전히 다릅니다.
요즘은 육분을 '디하이드레이티드 치킨(dehydrated chicken)' 같은 이름으로 바꿔 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확히 확인하려면 브랜드명과 '육분'을 함께 검색하거나, 제품 상세 페이지에서 '렌더링 육분 무첨가'라는 문구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료를 먹여야 할까요?
육분이 없고 신선한 단백질 원료를 사용하는 사료로는 다음과 같은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 오리젠(Orijen): 고단백 프리미엄 사료로, 신장이 약한 강아지가 아니라면 무난하게 추천할 만합니다. 저도 입양 초기에 오리젠 퍼피를 먹였는데 기호성이 좋았습니다.
- 위시본(Wishbone): 단일 단백질 사료로 알레르기 원인을 파악하기 쉽고, 순환 급여에 적합합니다. 리콜 이력이 없고 기업 이력도 안정적입니다.
- 테라카니스(Terra Canis), 카니레오(Carnilove): 오븐 베이크 방식으로 제조되며, 휴먼 그레이드(human grade) 원료를 사용합니다. 단백질 비율이 과하지 않아 신장 문제가 있는 강아지에게 적합합니다.
저는 최근 국내 브랜드인 하림 더리얼을 먹이고 있습니다. 하림은 자체 축산 시설과 제조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외주 없이 사료를 생산합니다. 2023년 볼드모트 사료 사건 당시에도 하림은 인스타 라이브로 제조 공정을 공개하고, '개슐랭 투어'라는 이름으로 보호자들이 공장을 직접 견학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저도 영상으로 확인해봤는데, 위생 상태가 정말 깨끗했습니다.
물론 비싼 사료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지위픽(Ziwi Peak)이나 허스(Hus)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성분과 기호성이 뛰어나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고 품절이 자주 걸립니다. 저도 허스를 먹이려다 공급 문제로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사료는 강아지의 기저질환, 알레르기 유무, 기호성, 변 상태를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소포장으로 먼저 테스트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동물병원 사료는 왜 추천하지 않을까요?
로얄캐닌이나 힐스 같은 동물병원 사료는 글로벌 브랜드이고 연구 이력도 오래되었지만, 성분표를 보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로얄캐닌 미니 인도어 어덜트의 경우 제1원료가 쌀, 제2원료가 옥수수입니다. 강아지에게 가장 중요한 단백질보다 탄수화물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도 2년간 로얄캐닌을 먹였습니다. 당시 제 강아지가 밥투정이 심해서 열 가지 이상 사료를 바꿔봤는데, 로얄캐닉과 허스만 먹더군요. 허스는 품절이 잦았고 가격도 로얄캐닉의 두 배였기 때문에, 결국 로얄캐닉을 선택했습니다. 그때는 '유명한 브랜드니까 안전하겠지'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로얄캐닉은 안전성과 기업 이력 면에서는 신뢰할 만합니다. 수의사들이 추천하는 이유도 갑자기 나타난 신생 브랜드보다는 검증된 브랜드가 리스크가 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분 면에서는 프리미엄 사료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원재료 수준을 고려하면 비싼 편입니다.
결정적으로, 저는 우리 강아지가 언젠가 아프면 어차피 처방식 사료(신장 질환용, 소화기 질환용 등)를 먹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건강할 때만이라도 더 좋은 원료로 만든 사료를 먹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로얄캐닉을 끊고, 육분이 없고 신선한 단백질을 사용하는 사료로 바꿨습니다.
사료를 바꾸고 나서 강아지의 변 상태가 훨씬 안정적으로 변했고, 피부를 긁는 빈도도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개체마다 차이가 있으니 제 경험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성분표를 확인하고, 제1원료가 단백질인지, 육분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정도는 꼭 체크해보시길 권합니다. 우리 강아지가 매일 먹는 사료는 결국 건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니까요.